사실 글월을 처음 알게된 건 여기가 아니라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LCDC 서울에서였다.
친구가 연희동에서 만나자고 했을 때 주변 볼거리 찾아보다가 연희동에도 글월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여기가 본점인듯)
친구한테 글월에 대해 설명해주고 가보자고 제안했는데, 친구와 나의 갬성이 상당히 비슷해서 친구도 분명 좋아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
결과부터 말하자면 대성공이었다. 후후
글월
서울 서대문구 증가로 10 4층 403호
일요일 휴무
월 ~ 토요일 : 오후 12시 ~ 6시
@geulwoll.kr
www.geulwoll.kr
주차공간 X
02-333-1016
글월도 엽서 도서관 포셋처럼 오래된 건물에 자리하고 있다.
커다란 간판도 없고 4층에 있으니, 눈을 크게 뜨고 계단 입구에 있는 저 입간판을 찾아야 한다.
마찬가지도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걸어 올라가야 한다..!
포셋이랑 글월 계단 오르면서 점심 먹은거 소화 다 됨ㅎㅎㅎㅎ
대문마저도 특유의 감성이 넘치는 글월.
문을 열어보자.
우드 서랍장에 종이 한 가득이라니! 포근한 감성 무슨 일이야!!!!
상당히 고요하고 침착하고 조용한 분위기. 너무나도 단정한 공간이다.
카운터 쪽에는 사장님 내지는 직원분이 앉아 계셨다.
들어가자마자 우디향의 좋은 냄새가 콧구멍으로 훅 들어오는데, 그 향도 여기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이름은 잉크우드 먹 에센셜.
향기 마케팅.. 최고….
글월은 잡지사 에디터였던 사장님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해 보자!’고 시작한 공간이라고 한다.
첫 시작은 인터뷰 공간이었으나 편지가게로 발전해 나갔다고-
사장님이 학창시절부터 교환일기에 진심이었고, 예쁜 손 글씨 쓰기와 편지지 고르기에 열심이었다고 하니 당연한 수순이지 않았나 싶다.
편지가게답게 편지에 사용하는 각종 도구들도 판매한다.
딥펜과 잉크도 있고, 만년필과 볼펜, 가위, 문진도 있다.
크지 않은 공간에서의 확실한 큐레이션!
피그먼트 잉크 색이 하나같이 다 예뻐서 탐났다.
꼭 한 폭의 액자 속 그림같은 창문.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그림이라고 생각하니 세상에 저만한 액자가 또 있을까 싶었다.
자연과 풍경을 사랑해 마지못하는 친구는 저 창문 앞에서 한참을 떠나지 못했다.
편지지가 담겨있는 원목 쇼케이스는 사장님 부부가 직접 제작했다고 한다.
아래 모든 서랍에 각기 다른 편지지들이 자리잡고 있으니, 시간이 된다면 하나하나 구경하기 추천!
글월의 모든 공간은 사장님과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남편분이 모두 손수 가꾸었다고 하니, 그 자체로도 의미가 깊지 않을까 싶다.
그 의미가 둘을 넘어 공간을 공유하는 방문자에게까지 전해지다니 역시 공간이 주는 힘은 참 크다.
당장이라도 편지를 쓰고 싶게 만드는 다양한 컨셉의 편지지들. 정말 가지런하다.
편지에 진심인 사람들이 신중하게 편지지를 고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글월의 편지지에는 화려한 색감이나 일러스트가 없는 편인데, 편지의 글과 글자가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라고 한다.
실제로 글월에는 ‘글월만을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오랜 시간을 들여 편지지를 고르거나 펜팔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
왠지 모르게 몽글몽글.
내가 좋아하는 문구 브랜드, 아날로그 키퍼의 메시지 카드도 여기에서 만났다.
왼쪽의 Day&Month 엽서는 꽤나 탐났던 아이템.
한참을 들여다 보다가, 며칠이 지나도 가지고 싶으면 웹사이트에서 사야지!하고 다짐했다.
글월의 인기 아이템이라는 행운의 제비 편지지.
구경 중인 친구의 모습.
친구의 머리 위 창문에는 마치 창문 전체가 엽서인 듯하게 글월의 주소가 적혀있는 걸 볼 수 있다.
이런 생각 어떻게 하는거야 정말
펜팔 서비스.
편지가게 글월의 대표 서비스이다.
아니! 펜팔이라니!
펜팔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왠지 모를 머릿 속에 조각조각 떠다니고 있던 기억이 어렴풋한 것 같다.
펜팔 서비스의 이용료는 만원.
비용에는 내가 쓰는 편지지와 봉투, 내가 받는 편지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카운터에 가서 펜팔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고 하면 먼저 결제 후, 세팅을 도와주신다.
이 아늑한 공간이 바로 편지를 쓰는 곳이다.
열심히 편지지 컬러를 고르는 친구.
나는 얼마 전에 성수 LCDC 서울에 있는 글월에서 펜팔 서비스를 이용해서, 이 날은 친구만 하기로 했다.
편지지와 글쓰기 도구가 세팅된 모습.
잠시 고민 후 글을 써 내려가는 친구의 야무진 손.
이제는 스마트폰이 생활 필수템이고 카톡이나 sns 메시지로 연락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종이에 손글씨로 쓰는 아날로그 감성이라니!
심지어 내 편지를 읽게 될 사람이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편지를 쓰는 건 보통의 손편지와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더 신중해지기도 하고, 더 솔직해지기도 한다.
귀여운 내 친구 🥹
편지를 다 쓰고나면 봉투의 자기를 표현하는 단어들에 동그라미 치면 된다.
그리고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문양을 그려넣고 카운터에 제출!
다른 사람의 펜팔 편지는 그 후에 가져갈 수 있다.
동그라미의 단어들을 보고 마음에 드는 편지를 가져가면
생각해보면 학창시절 때는 편지를 많이도 쓴 것 같다.
친구와 가볍게 주고받는 쪽지부터 편지와 교환일기까지, 편지의 범주가 넓고 넓은만큼 일상에 자리하고 있던 것 같다.
그랬던 손편지가 지금은 특별한 날에만 쓰는 특별한 일이 되었다. 생일이나 기념일, 크리스마스에. 그마저도 카톡으로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또 한 명의 기록 덕후로서 말하자면 ) 한 글자 한 글자 손으로 꾹꾹 눌러 쓴 손편지는 스마트폰으로 대체할 수 없는 감성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아날로그적인 매력 때문에 내가 꾸준히 손 글씨로 기록을 하고 있기도 하고!
편지가게 글월은 손편지만이 아니라 펜팔, 아날로그 감성, 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는 기록들 등 여러 주제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영감을 주는 곳이었다.
자기만의 취향을 우리와 공유하고 나아가 이 멋진 공간을 공유해준 사장님에게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