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26 Mon.
2020년에 사서 잘 쓰다가 이제서야 쓰는 샤넬 보이백 리뷰. 사게 된 배경과 더불어 사족이 꽤 깁니다
명품이라고는 말 그대로 1도 모르던 20대 초반, 첫 눈에 보자마자 반한 핸드백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샤넬 보이백이었다. 정말 첫 눈에 홀랑 반함. 하필 샤넬이라니ㅎ 하지만 그 때만 해도 샤넬이 그렇게 값비싼 브랜드인 줄 몰랐다. 값비싼 명품 브랜드인 줄은 알았지만 정말 그 정도일 줄은 몰랐음.
그리고 이 때 다짐함. 나중에 돈 벌면 꼭! 저 가방을 갖고야 말겠어! 그래, 400만원 대 가방이면 몇 달 일해서 금방 모을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나. 그 때는 몰랐다. 샤넬 가격이 매 해 오른다는 사실을. 샤넬은 오늘이 제일 싸다는 말을
그리고 시간이 흘러흘러 2020년. 다니던 회사에서 중요 프로젝트로 약 두 달 간 단 하루의 휴일 없이 몸과 마음이 갈려가면서 일을 했었다. 그리고 받았던 인센티브. 하지만 극심한 우울증과 그로 인한 짝꿍의 끊임없는 퇴사 설득으로 탈출 성공. 이 때다! 싶었다. 나의 드림백을 살 때가 바로 지금이구나!
하지만 내가 또 몰랐던 사실. 이 때는 ‘오픈런’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되었다. 내가 사고 싶어도 마음대로 살 수 있는 게 아니었음을ㅎㅎㅎㅎㅎㅎ 당시 재택근무가 가능했던 짝꿍은 매일 꼭두새벽마다 노트북을 들고 백화점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롯데 본점, 신세계 본점, 압구정 갤러리아, 압구정 현대,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신세계 강남, 롯데 잠실까지 총 일곱 개의 샤넬 매장을 나를 위해 돌아다닌 짝꿍. 하루에 적게는 두 세개, 많게는 일곱 개를 돌아다녔다. 너무너무 힘들 것 같은데 왜 그랬냐고 물어보면,
: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내 친구들은 아직도 이 얘기가 나오면, 도대체 걔는 착한건지, 바보인건지, 바보같이 착한건지, 사랑꾼인건지, 전부 다인건지 모르겠다고 한다ㅎㅎㅎㅎ
짝꿍 혼자 2주, 나랑 같이 1주 동안 오픈런을 했고 결국 실패. 바로 코 앞에서 놓치거나 아니면 입고가 안 되거나. 이 쪽 매장으로 가면 저 쪽 매장에 입고가 되거나. 그래서 신경질이 났던 나는 이제 오픈런 안 하겠다고 선언했다ㅎㅎㅎㅎㅎㅎㅎ 짝꿍이 더 하겠다고 했는데 안 된다고 함ㅎㅎㅎㅎ 그리고 찾은 구매처는 트렌비였다. 이 때만 해도 트렌비나 머스트잇, 발란 같은 명품 구매대행 플랫폼이 지금만큼 크지는 않았었기 때문에 짝꿍은 이 때부터 샤넬 정품 구분법을 미친듯이 파고들어서 공부하기 시작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나의 요양을 위해 짝꿍이 끌고 간 제주 한달살기 중 도착한 보이백!!!!! 이 날 제주 시내에 나가 있었는데, 택배 도착했다는 말에 설렘 잔뜩 안고 집에 갔던 기억이 난다.
보이 똑딱이 지갑은 그 다음에 산건데, 글이 길어지므로 이건 다음 글에 쓰는 걸로!
신난 나와 나의 신난 순간을 영상으로 담으려는 짝꿍ㅎㅎㅎㅎㅎㅎ 정말 너무너무너어어어어무 신났었다. 드림백을 거의 10년 만에 이렇게 갖게 되다니! 🥹
아! 오픈런 하면서 또 알게 된 것. 보이백이 종류가 한 개가 아니다 선택지가 굉장히 많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1. 가죽 : 램스킨, 카프스킨, 캐비어
2. 패턴 : 퀼팅, 쉐브론
3. 체인 : 빈티지 은장, 빈티지 금장, 샤이닝 은장, 샤이닝 금장
4. 사이즈 : 스몰, 미디움, 라지
하나씩 골라서 조합해서 갖고 싶은거 정해야 한다는 뜻! 하지만 취향 확실한 나. 조심성 없고 명품이든 말든 내 물건 막 쓰는 나에게는 캐비어가 딱이었고, 샤넬은 왠지 퀼팅이어야할 것 같고, 체인은 왠지 보이백에는 빈티지 은장이 딱! 사이즈는 아무래도 미디움이 무난하지이~~
이 모든 조합을 매장에서는 만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구매대행 사이트에서는 검색과 클릭이면 바로 고를 수 있다는 게 장점. 2020년 11월, 약 660만원 정도였던 기억이 있다. 나는 돈을 조금 더 주고 710 정도에 구매했었음. (2022년 12월 기준 864만원ㅎ) 약 50만원 더 비쌌었는데, 당시 오픈런에 지친 나는 매일 왔다갔다하는 교통비 + 시간 생각하면 꽤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었다.
내부는 이렇게! 넉넉한 듯 좁은 듯 알쏭달쏭한 크기. 안쪽에 밀착해서 카드 정도 넣을 수 있는 주머니도 있다. 크기에 비해 무게는 꽤 있는 편. 하지만 너무 캐주얼하지도, 너무 포멀하지도 않은 디자인이라 캐주얼이든 포멀한 룩이든, 심지어는 추리닝에도 여기저기 잘 들고있다. 그리고 튼튼해서 아마 10년은 더 들고 다닐 듯. 아니아니 평생 함께할 듯
아래 코디 몇 장으로 마무리
너무 신나서 그 주 주말에 샤려니 숲길 갈 때 매고 감ㅎㅎㅎㅎ
이렇게 추리닝에도,
이런 하객룩에도, 어느 옷에나 찰떡같이 잘 어울리는 보이백.
이 가방 매고 데이트한 내 생일날. 프러포즈도 받음 사기까지 이래저래 우여곡절도 많고 시간도 오래 걸렸지만, 정말 행운의 가방이다.
이상 하고싶은 말이 많아 다소 길어졌던 내돈내산 샤넬 보이백 미디움 후기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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